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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도망치다 - 폭력에 내몰린 여성들과 나눈 오랜 대화와 기록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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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도망치다 - 폭력에 내몰린 여성들과 나눈 오랜 대화와 기록

마티

우에마 요코 지음, 양지연 옮김

2018-07-15

대출가능 (보유:1, 대출:0)

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B>가족과 애인의 폭력을 피해 밤거리로 나온 10대 여성들,
그녀들과 만난 한 연구자가 써 내려간 1500일의 기록 </B>
오키나와 류큐대학 교육학 교수로 있는 우에마 요코는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밤거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가정폭력을 피해서, 보호자의 방치를 견딜 수 없어서 집을 나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10대 여성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녀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현재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알 수 있다면, 앞으로 폭력 피해자가 될지 모르는 10대 여성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대책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이 책은 저자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현장 조사에서 만난 10대 여성 여섯 명의 ‘생활사’이다. 의도되고 준비된 질문이 던져지고 거기에 들어맞는 답변만 골라 뽑은 보고서가 아니라는 소리다. ‘폭력 피해자이자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10대 여성’으로 납작하게 재단된 사람은 여기에 없다. 부모의 방치 속에 자랐지만 자매나 형제를 통해 가족과의 끈을 놓지 못하는 쓰바사, 오빠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왔지만 다시 오빠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유카, 싱글맘이고 비혼주의자인 교카,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간호사 준비를 하는 스즈노… 모순되고 불안한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는 이들 여성의 삶에 어떠한 틀도 씌우지 않으려는 저자의 시선은 신중하다.
<B>
분명히 드러나는 가해자의 존재</B>
피해자가 있다면 반드시 가해자가 있다. 멀리서 볼 때와 달리 가해자는 덩어리져 있지 않다. 그들은 호명할 수 있는 직계 가족이거나 애인이고 남편이다. 저자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10대 여성이 반드시 폭력의 피해자일 거라고 단정 짓고 조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폭력 피해 경험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 책의 사례에서는 통상 ‘친밀한’ 관계의 남성이 가해자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피해자의 이야기 속에서 가해자들은 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거나, 무책임한 사과 후 다시 폭력을 행사하곤 했다.
살아남기 위해 일부러 머리를 맞아 잘못된 양 가장해 폭력을 멈추게 하는 ‘요령’을 터득하고, 폭행의 기미가 보이면 빈손으로 집을 뛰쳐나와 거리를 헤맸다는 이야기에 저자는 말문이 막히지만, 듣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B>
개인의 고통에 서리서리 얽힌 더 큰 문제들</B>
저자는 개인의 고통에 집중하며 피해자를 안아주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독자는 결코 쉬이 지나칠 수 없는 여러 사회문제와 맞닥뜨린다.
이 책의 당사자들은 모두 10대이고, 대부분 학업을 중단했다. 보호자의 방치와 폭력 속에 놓인 청소년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공교육의 어두운 면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사실혼 관계에서 벌어지는 폭력 또한 가정폭력에 속하지만, 생활보호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혼인’ 여부가 매우 중요해진다. 저자는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 외에는 생계를 유지할 방도가 없는 유카와 함께 시청 생활보호과를 찾아 상담을 받지만 ‘대상이 아니다’라는 거절 외에는 실질적인 상담을 거의 받을 수 없었다.
원치 않은 임신, 임신중절 수술, 임신 중 폭력으로 인한 조산 등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사안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임신한 10대 여성을 향하는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임신중절을 원하는 아야와 병원에 간 저자는 대뜸 “누구 아이냐?”고 묻는 의사의 태도에 경악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간호사는 세심하게 아야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수술에 필요한 준비 사항을 알려준다. 보호자로 함께한 저자보다는 당사자인 아야와 눈을 맞추며 수술에 대해 설명한다. 아야는 “괜찮은 사람이네” 하며 작게 안도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빈곤―가정폭력―공적 돌봄의 부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유독 청소년에게 닫혀 있는 성 문화와 데이트폭력, 강간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안정적인 주거 환경과 친구나 직장 동료와의 관계망이 피해자의 회복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B>
오래도록 가만히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이 희망</B>
저자는 “[그녀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까지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더 천천히 어른이 되어도 괜찮다고,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은 순간에도 기어이 말을 삼킨다. 그보다는 깔깔 웃을 수 있는 농담을 건네고, 아무 말 없이 따뜻한 차를 내어주고, 한밤중에 온 전화를 외면하지 않고, 가끔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모든 위로를 대신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울림은 바로 저자의 ‘말 없는’ 위로에서 시작된다.
추천의 글을 쓴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 변혜정은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행위가 고통에 빠진 한 개인에게 어떤 위로와 용기가 되는지를 이 책이 증명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변 원장은 한국의 사정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집을 나와 시설이나 가출 팸에서 생활하는 10대 여성은 많지만, 얼마나 많은 여성이 거리에서 생활하는지,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의 피해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는 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다. 피해를 입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여성이 많다는 소리다. 다만, 상담소 등의 상담 통계나 관련 실태 조사의 몇몇 질문을 근거로 대략적인 수치를 유추할 수는 다. 2017년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전체 상담 건 1260건 중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 상담은 296건으로 23.5퍼센트를 차지했고, 경·검찰에서 위기청소년 교육센터에서 인계된 위기청소년 수는 2017년 현재 약 385명, 전국의 위기청소년 교육지원센터에서 상담한 청소년 수는 1200명을 넘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이제 우리가 들을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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